Laughing Matters, Comic Timing: Field Report on Malay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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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찰 과제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와 현대 예술 (특히 신체를 활용한 예술)의 관련성에 대한 조사>. 조금이라도 인도네시아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한 줄을 읽고 이미 이 안에 다양한 개념적 마찰이 포함되어 있음을 눈치챘으리라. 우선 인도네시아라는 세계 제4위의 인구를 가진 다민족 도서 국가의 정치적 상황을 일괄적으로 정리할 수는 없다는 사실. 두 번째로, 컨템포러리 아트라는 서양의 개념이 과거 식민지 지배를 경험했던 나라에 있어 무엇을 포함하고 무엇을 제외하는가라는 문제. 그리고 세 번째, 역시 서양에서 수입해온 개념이자 특히 수하르토(Suharto:1921-2008)의 군사독재 이후 남용되고 악용되어 온 정치적 논리인 민주주의에 대해 일반 시민들과 논의할 때 어떤 지역적 관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난제. 첫 번째의 다양성부터 설명해보기로 하자. 흔히 말하듯, 이 나라는 리스본부터 이스탄불의 직선거리에 필적하는 동서 5000킬로미터에 분포하는 크고 작은 17,508개의 섬들로 구성되어있다. 그 가운데 약 6000개가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다. 2억 3천만 명이나 되는 국민은 약 300개의 다른 민족집단으로 구성되며, 각 민족의 사용 언어도 200 내지 400가지나 존재한다. 종교도 복잡하다. 국민의 약 9할이 이슬람을 믿는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이지만, 인류학자 클립포드 기어츠가 지적하듯, 무슬림이라고 하더라도 애니미즘, 힌두, 불교적 요소를 느슨하게 융합하는 ‘아반간(abangan)’부터 엄격한 종교 체계를 유지한 아체주에 다수 거주하는 ‘산뜨리(santri)’까지 교의의 농도도 각기 다르다. 이처럼 민족적, 종교적, 언어적으로 다양한 국가를 하나로 아우르기 위해, 오가와 타다시가 『인도네시아 – 다민족 국가의 모색』 (1993) 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1950년의 독립 이후 ‘다양성 속의 통일’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른 목소리를 하나의 나라로서 한데 모으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에 매료되어 이 땅에서 눈을 감은 베네딕트 앤더슨 의 명저 『상상의 공동체』(1983)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근본적으로 다른 민족을 하나의 국민으로 취급하는 담론은 정치적인 픽션 이외에 그 무엇도 아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자하사 인도네시아어로 ‘정치’는 ‘폴리틱(politic)’이라는 외래어로 번역되어 국정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내정적 억압, 역사의 날조, 권력의 행사 등과 연관된 좋지 않은 명사, 형용사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활자 상의 조사 단계에서 이미 인도네시아의 복잡함, 다양함, 광대함에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며 건국의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 Continue reading 인도네시아 리포트 제 1부 서양형 ‘데모크라시’와 촌락형 ‘무랴와라’ 사이의 모순
2015년 9월 8일, 한국 광주에 준공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안에 있는 문화정보원 대강의실에서, Scene / Asia를 대외적으로 첫 선을 보이는 킥오프 이벤트가 개최되었다. 등단한 이들은 아시아 5개 지역의 Scene / Asia의 큐레이션 팀의 전 멤버 11인이었다 (제이슨 위는 싱가포르로부터 스카이프 참가). 각 멤버가 다국간 프로젝트인 Scene / Asia를 공동 설립한 목적을 말하고 총감독인 이와사키 교코를 비롯한 일본인 멤버가 사업 내용 및 사업 지침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 아무래도 작품 소개, 공동 제작, 레지던시, 젊은 작가 육성 등의 ‘기존의 사업 프레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2시간의 설명만으로 얼마만큼 프로젝트의 진의가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발표 직후 15분간 예정되어 있었던 질의응답이 45분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는 사실을 뒤돌아보면, Scene / Asia의 전개에 대해 흥미를 갖는 아시아의 프로듀서, 아티스트, 제작자, 연구자들의 수요가 적지 않음을 느꼈다. 특히 능동적으로 참여해 준 것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동남아시아 각국의 참가자들이었다. 모국의 무대예술계에서는 오피니언 리더이기 때문에 아웃사이더이기도 한 그들이 다른 아시아의 동시대인들과 이어지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벤트 당일, 같은 ACC 안에서 무대예술 관계자들의 국제회원제 네트워크 IETM (Informal European Theatre Meeting)이 개최되었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지역이나 유럽의 무대예술 관계자도 이벤트에 참가했다. 하지만 유럽의 무대예술 관계자들에게 있어 Scene / Asia가 ‘관련 범위를 벗어난’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적인 수직축’ 및 ‘동시대적인 수평축’을 참조하며,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아시아의 관객 공간 만들기’는 그들에게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곤란하지 않은’ 프로젝트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로부터 발신되는 걸출한 현대 무대예술 작품이, 설령 아시아 예술계에서 문맥적인 관점을 완전히 상실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서양의 카논(학술적 기준)에 의거해, 문화 패권자의 입장에서 문화주변지역으로부터 수입된 작품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Scene / Asia의 주요 미션의 하나인 라는 문구는 그들에게 ‘이제 와서 무슨…’이라는 기시감을 느끼게 했으리라. 그렇지만 아시아에서는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크리티컬하게 능동적인 관객 공간이 뿌리내리지 못 했다. 서로 다가서기 위해 혹은 저항하기 위해 참조할 수 있는 아시아의 심의의 축을 공유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발신하는 지속 가능한 예술 기준을 만들어나가기’를 원하는 Scene … Continue reading 한국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Scene / Asia 킥오프 이벤트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