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2016

불합의를 형성하는 아트, 그 실험과 실증

[:ja]大舘奈津子[:en]Odate Natsuko[:ko]오다테 나츠코[:zh]大馆奈津子[:zt]大館奈津子[:]

오다테 나츠코

잇시키 사무소에서 아라키 노부요시, 모리무라 야스마사, 카사하라 에미코, 야나기 미와, 후지이 히카루의 매니지먼트를 담당. 2010년부터 웹매거진 의 편집을 겸임 »more

‘예술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영국에서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1990년대 후반 신노동당 정권 하에서 공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면, 일본에서는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과 그로 인해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사고가 이러한 문제를 공유하는 데 커다란 계기를 제공했다. 전자가 구체적인 사회과제를 다루면서 사회참여예술(socially-engaged art)을 뒷받침한데 반해, 후자의 경우에는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예술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느꼈던 절실한 무력감이, 그들로 하여금 예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사회문제를 바라보게 했다.

실제로는 지방의 과소화 문제, 저출산 고령화 사회, 경제 위기, 에너지 문제, 비정규 고용의 문제 등, 일본이 예전부터 끌어안고 있었던 사회 문제들이 표면화된 데 지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거대한 재난과 사고였기에, 그러한 사회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자성하며 현실 사회를 관찰하는 작업 혹은 사회문제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작업, 나아가 과거의 작품들 안에서 사회와의 관계를 찾아내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정권하에서 이루어진 무기 수출 규제와 센카쿠 제도의 국유화, 그리고 아베 신조 내각 이후 외교 및 안전 보장 정책의 우경화 등의 결과로 내셔널리즘의 발흥이 현저해지고 있다.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를 일관적으로 비판해 온 보수 세력이 전후 민주주의로 인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는 가족이나 공동체의 의식 등의 부활은 공표된 자민당 개정 헌법 초안 안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신자유주의 아래 재정파탄에 가까운 지자체가 주민자치회에 약간의 예산과 함께 행정서비스를 맡기는, 어떤 의미로는 가부장제적인 공동체의 재편성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세 작품은 이러한 배외적인 상황 속에서, 마찰이 생겨나는 것을 전제로 다양한 형태의 협동을 작품화한 작업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협업이란 흔히 말하는 가부장제적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며, 애초에 합의의 형성 자체를 지향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자크 랑시에르가 말하는 불합의의 실천이자 각각의 입장을 교환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주의라는 비판도, 현실에 입각해있지 않다는 비판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목소리를 갖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 금지된 목소리를 끌어내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본래의 의미의 민주주의의 실천의 하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들 작업 안에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춰내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 예술의 역할을 찾아볼 수 있다.

참고문헌
자유민주당개정헌법초안(2012년 4월 27일 결정)
자크 랑시에르 (저), 허경 (역),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 인간사랑, 2007

1 큔쵸메 <새로운 얼굴> (2015년), <여기서 만드는 새로운 얼굴> (2016년)

2011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혼성 아트유닛 큔쵸메는 2015년 체재하고 있던 독일에서 시리아 난민과 함께 눈을 가리고 함께 ‘후쿠와라이**역주: 눈을 가린 채 얼굴 윤곽만 그린 종이 위에 눈썹, 눈, 코, 귀 등을 오린 종이 조각을 올려놓고 완성된 형태의 익살스러움을 즐기는 전통 놀이를 사용하여 하나의 얼굴을 만드는 행위를 영상으로 담은 <새로운 얼굴>을 제작했다. <여기서 만드는 새로운 얼굴>은 이를 발전시킨 퍼포먼스 작품이다. 관객들은 개인전 기간 동안 전시장에 상주하고 있는 일본 국내의 난민들과 함께 그들이 주도하는 형태로3분간 <새로운 얼굴>을 만든다. 관객들은 자신의 피상적인 양심에 의한 행위가 모두 실패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하지 않는 데 대한 불편함을 느끼며 스스로의 위선적인 행위에 가책을 느끼게 된다.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난민과 함께, 엇갈리면서도 손가락 끝이 살짝 닿게 되는 협동 작업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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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Chome “New Faces” (2015)/Video installation 21’58

Kyun-Chome “New Faces Made Here” (2016)
Photo:Kenji Morita

2 다나카 코키 <한 대의 피아노를 다섯 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다 (최초의 시도)> (2012년)

최근 협동 작업에 의한 다양한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실증적으로 추구해온 다나카 코키의 최초의 시도라고 할 수 있는 영상 작품. 다나카는 이 작품 이후, 도예, 헤어컷, 시 등, 여러 명이서 하나의 작품 제작을 행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그 영상기록을 작품으로 전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출연하고 있는 학생들의 능동적인 자세와 반드시 과제를 해결하려 하는 강한 의지가 작품 자체를 일관되게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각자가 의심할 바 없는 연주 기술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과, 어쩌면 미국인의 국민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탄없이 의견을 주고받고 적극적으로 교섭하고 양보하는 과정 전부가 이상적인 민주주의의 표현이라 해석될 수 있다. 영상 속에서 작가 자신의 모습이 뒤 편에 흐릿하게 보이는 순간조차 그가 출연자들의 자치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협동이라는 행위가 가져오는 희망에 가득 찬 작품.

KokiTanaka

Koki Tanaka “A Piano Played by 5 Pianists at Once (First Attempt)” (2012)

Format: Collaboration, video documentation (57’)
Location: The University Art Galleries,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Curator: Juli Carson
Commissioned by The University Art Galleries,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Participants: Adrian Foy, Kelly Moran, Devin Norris, Ben Papendrea, Desmond Sheehan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Vitamin Creative Space, Guangzhou and Aoyama Meguro, Tokyo

3 후지이 히카루 <제국의 교육제도> (2016년)

미국 육군이 편집한 일본의 교육제도에 대한 자료 영상과, 작가가 한국에서 행한 워크숍을 촬영한 기록 영상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영상 작품. 얼핏 보면 온화하면서도 전제적인 아티스트의 지시가 한미일 3국간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자료 영상 속 내레이션의 객관적이면서도 일방적인 해설과 영상 속의 질서 바른 일본인 학생들의 모습들이 겹쳐진다. 영상의 후반에는, 관객에게는 보이지 않는 전쟁에 관한 영상을 보고 그것을 재연하도록 지시받은 한국인 학생들이 점점 열기를 띄고 작가의 지시를 넘어 자신들의 행위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간다. 그 민주적인 모습에서 민주주의의 맹아를 발견할 수 있는 동시에, 일체감에 고무되는 전체주의의 시작을 보는 것도 가능하기에, 관객은 양의적인 해석을 하게 된다.

HikaruFujii

Hikaru Fujii “The Educational System of an Empire” (2016)
HD Video 21’